반응형

1999년, 엔비디아 주식 1주를 산 사람이 있다. 공모가(IPO 때 처음 정해지는 주식 가격) 12달러, 한화 약 1만 3천 원. 치킨 한 마리 값이었다. 2026년 지금, 그 1주는 주식분할(1주를 여러 주로 쪼개는 것, 가치 총합은 동일)을 거쳐 480주가 됐다. 주당 약 205달러. 총 가치 약 1억 3천만 원. 치킨이 1억이 된 거다. 지금 사람들이 스페이스X를 보며 똑같은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이 얼마나 위험한지, 지금부터 이야기해보려 한다.


1. 스페이스X 상장, 숫자부터 보자

항목 내용
티커 — 주식시장에서 쓰는 기업 고유 코드 SPCX (나스닥)
예상 공모가 — 상장 첫날 주식을 살 수 있는 가격 주당 약 135달러
예상 시가총액 — 회사 전체의 주식을 다 합친 가격, 즉 회사의 몸값 약 1조 7,500억 달러 (약 2,400조 원)
IPO 조달 예상액 — 상장을 통해 회사가 실제로 끌어모으는 돈 약 750억 달러 (역대 최대 규모)
2026년 예상 매출 약 220~240억 달러
PSR — 시가총액 ÷ 매출. 숫자가 클수록 고평가 약 62.5배 (PER 산출 불가 — 적자 기업)

적자 기업이라 PER(주가수익비율 — 시가총액 ÷ 순이익, 기업이 얼마나 이익을 잘 내는지 보는 지표) 자체를 계산할 수 없다. 그래서 매출 대비 시가총액을 나타내는 PSR(주가매출비율)로 보면 62.5배. 삼성전자 PSR은 1~2배, 애플도 7배 수준이다. 스페이스X는 매출의 62.5배 가격표를 달고 나온다. 그것도 지금 적자인 상태로.


2. 지금 이 순간도 돈을 잃고 있다

스페이스X 본체는 흑자였다. 로켓 발사 사업과 스타링크가 돈을 벌고 있었다. 그런데 xAI를 합병하면서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 AI 인프라에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기 시작했고, 2026년 1분기에만 순손실(매출보다 지출이 더 많아 실제로 잃은 돈) 42억 8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분기당 약 6조 원을 태우고 있다는 뜻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24조 원의 손실이다. 스타링크가 아무리 잘 나가도 이 속도의 출혈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투자자들이 공모가 135달러를 내고 사는 건, 지금 돈을 잃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2,400조 원짜리라고 믿는 행위다.


3. 머스크가 의결권 85%를 쥐고 있다는 것의 불편한 진실

의결권(주주총회에서 회사 결정에 투표할 수 있는 권리) 85%를 머스크가 가지고 있다는 건, 시장에 풀리는 유통 물량(실제로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주식 수)이 극도로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량이 적으니 주가가 오르기 쉽다"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논리의 뒷면도 봐야 한다.

의결권 85%가 머스크에게 있다는 건, 이 회사의 모든 결정이 머스크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뜻이다. 주주총회는 요식행위다. 이사회도 머스크를 막을 수 없다. 머스크가 내일 당장 스페이스X 자금을 화성 탐사에 올인하겠다고 결정해도, 일반 주주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테슬라를 보면 된다. 머스크가 트위터(현 X)를 인수하겠다고 나섰을 때, 테슬라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그때도 사람들은 "머스크니까 괜찮다"고 했다.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

유통 물량이 적으면 주가가 오르기도 쉽지만, 팔고 싶을 때 팔지 못하는 상황도 쉽게 만들어진다. 급락할 때 받아줄 사람이 없으면 주가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4. 우주 데이터센터, 아직은 꿈이다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올리면 태양광으로 전기를 무한정 쓸 수 있고, 우주의 극저온으로 냉각비도 0에 가깝다. 이론상 맞는 말이다. 운영비가 거의 들지 않는 AI 인프라. 혁명적인 그림이다.

그런데 현실을 보자.

  • 우주에 서버를 올리는 발사 비용은 아직 수천억 원 단위다
  • 우주 환경의 방사선은 지상용 반도체를 빠르게 망가뜨린다
  • 고장난 서버를 수리하러 우주로 갈 수 없다
  • 우주와 지상 사이의 데이터 전송 지연 (레이턴시 — 데이터가 오고 가는 데 걸리는 시간)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10년, 20년 뒤의 이야기일 수 있다. 지금 당장 그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지금 공모가에는 이미 그 미래까지 다 반영되어 있다.


5. 역대 최대 IPO의 역사는 화려하지 않다

IPO(기업공개 — 비상장 기업이 처음으로 주식시장에 주식을 내놓는 것) 역대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이 붙은 기업들의 이후를 보자.

기업 IPO 연도 상장 후 흐름
사우디 아람코 2019년 상장 직후 공모가 하회, 장기 횡보
우버 2019년 상장 첫날 -7%, 이후 반토막
리프트 2019년 상장 첫날 급등 후 수개월 내 -70%
위워크 2021년 상장 2년 만에 파산

"역대 최대 IPO"는 투자자 입장에선 오히려 경계 신호일 수 있다. 가장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릴 때, 가장 많은 초기 투자자와 기관(은행·펀드·연기금 등 대형 투자 주체)이 물량을 털고 나간다.


6. 그래서, 사야 할까?

스페이스X의 사업 자체는 진짜다. 스타링크는 지금도 돈을 벌고 있고, 팰컨9은 실제로 날아오르고 있다. 로켓 발사 시장의 압도적 1위라는 사실도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가격이다. 진짜 좋은 회사라도 너무 비싸게 사면 손해다. 지금 스페이스X의 공모가는 그 모든 미래 가치를 이미 다 끌어다 현재에 반영해놓은 가격이다.

1999년 엔비디아 1주가 1억 3천만 원이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주가가 80% 이상 폭락(주가가 단기간에 급격히 떨어지는 것)한 시기가 여러 번 있었다. 중간에 팔지 않고 26년을 버텨낸 사람만이 그 과실을 가져갔다. 26년을 버틸 자신이 있는가? 그게 먼저다.

스페이스X가 엔비디아의 재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된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회사들이 조용히 사라졌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

※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닌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